인문학으로 명화 읽기

라파엘 전파 -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

박연실 2016. 6. 2. 01:00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 <릴리스, 1868>                                                                              존 러스킨과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 작품부터 감상하죠. 옆에 사진은 당시 라파엘 전파를 옹호하여 주고, 당시 영국사회에 라파엘 전파를 적극적으로 알린 미술 비평가 존 러스킨과 화가이자 시인인 가브리엘 로제티 사진입니다. 날씬한 영국신사의 모습을 한 러스킨과 약간 몸집이 큰 로제티의 흑백사진이군요.

 

옆의 그림은 아담의 첫 번째 부인으로 알려진 릴리스이죠. 유대교 전설에 따르면, 아담이 이브와 살기 이전에 이미 릴리스와 생활하였다고 합니다.

삼단같은 머리가 붉은 색이고, 머리결에서는 윤기와 향이 진동을 하여 남성들의 힘을 무력화 시키는 힘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목구비가 뚜렷하며 몸매가 육감적이고, 눈빛은 뇌쇄적이라 남자들이 한 번만 눈을 마주쳐도 옴짝달싹 할 수 없는 흡입력과 중독성이 농후 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 흠뻑 취해서 눈커풀이 아래로 쳐진채, 붉은 머리결을 빗으로 다듬으면서 나르시즘에 빠져 있네요. 

오른쪽으로 기울어진채 드러난  흰 숄더와 붉은 입술이 배경에 그려진 하얀 양귀비와 오른쪽 아래에 있는 붉은 양귀비와 흡사해 보입니다. 양귀비는 죽음을 상징하는 꽃으로 라파엘전파들은 인지하고 있었답니다. 그녀는 남성과 성관계를 할 때 향수병을 열어나서 남자의 정기를 빨아들이게 하고, 성관계가 끝나면 병의 뚜껑을 닫는 습관이 있었다고 합니다. 성관계시 체형은 늘 남성상위를 고집하였다고 합니다. 그 점에 의문을 품은 아담이 신탁을 받았는데, 릴리스는 악마의 화신이라는 울림이였습니다. 해서 아담은 공포에 젖은채 릴리스를 먼 사막에 버리고 돌아왔답니다.

 

 

 

                     

 로제티, <마리아의 소녀시절, 1849. 83.2 x 65.4cm, 테이트 갤러리                                                로제티, <수태고지, 1849>, 71.7 x41.9cm, 데이트 갤러리

 

 

위의 왼쪽 작품은 마리아의 소녀시절을 로제티가 그린 것입니다. 옆의 그림 <수태고지>와 같은 양식으로 그렸는데, 회화가 납작한 평면성을 띄고,  밝은 색채를 지향하여 15세기 이탈리아 미술의 솔직함을 읽을 수 있답니다. <마리아의 소녀시절>에는 마리아가 어머니인 성 안나의 가르침에 따라 천사가 들고 있는 백합꽃을 살피면서 수를 놓고 있습니다. 성 안나 뒤에 걸려있는 붉은색 천은 예수님의 수난을 상징하며, 그 뒤에 창가의 틀로 보이는 수직선과 수평선은 십자가의 형태로 읽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전령사 흰비둘기에게도 황금색 아우라가 둘러져 있습니다.

로제티는 이 그림을 그릴 때 자신의 어머니와 여동생, 그리고 집을 관리해주는 관리인을 모델로 하여 그렸다고 합니다.

 

오른쪽 그림 <수태고지>는 전형적인 수태고지의 형식과 많이 다르지요. 그래서 빅토리안 시대의 아방가르드적인 화가들로 라파엘전파들을 호칭하고 있답니다.

전통 회화에서 가브리엘 천사는 날개를 펄럭이며 창가에서 돌진해 들어와 놀란 마리아를 진정시키며, 하느님의 성령을 전달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누가복음 1:26-38).

그러나 로제티의 회화에서 가브리엘 천사는 날개를 대신하여 발에 화염을 달았습니다. 발에 불꽃이 있다는 것은 지상에 머무를 수 없다는, 그래서 공중에 떠 있을 수 밖에 없는 존재로 묘사한 것입니다. 그런 가브리엘 천서는 얼듯 보아도 젊은 남성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마리아는 너무 어린 소녀의 모습으로 보이며, 독서를 했던 전통회화에서의 놀란 모습이 아닙니다. 조금 더 찬찬히 보면, 가브리엘 천사는 젊은 남자 아담으로 보이고, 너무나 어린 마리아는 이브의 모습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는 로제티가 19세기 당시의 고전적인 회화의 율법을 무시한 전위적인 회화의 표출방식을 대담하게 채용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켄바스의 좁은 세로 패널이지만 공감감을 그리느라 마리아 뒤에 있는 푸른색 칸막이를 더해 그려 넣었습니다. 어떤 관람자들은 이 푸른 칸막이로 인해서 마치 병원같은 배경으로 보인다고 까지 술해한 바 있습니다. 어쨋든 <보라, 주의 종이요, 수태고지> 이 작품은 19세기 아방가르드 작품으로 보입니다.

 

 

  

 로제티, <비에타 베아뜨리체, 1863>                                                                                                  로제티, <백일몽, 1862>

 

위의 작품은 로제티의 아내 엘리자베스 시달을 그린 것입니다. 그런데 그녀는 모르핀의 과다 복용으로 세상을 등졌는데, 이런 죽음의 상황을 로제티는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우선 그녀의 손 위에 붉은 새가 양귀비 꽃송이를 떨어뜨리고 있는 중이고,  베아트리체는 환희의 절정을 맞는 듯한 표정으로, 즉 약간의 벌린 입술, 감은 두 눈,  약간 처든 턱과 이마로 양귀비 꽃송이를 느끼려고 하고 있습니다. 모르핀의 중독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양귀비의 아름다운 매혹을 받아들이는데는 망설임이나 갈등이 보이질 않는 군요. 러스킨은 이 그림에 달콤한 찬미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더할나위 없이 아름다운 그림이라고요." 그림의 배경은 동굴 속의 풍경이 연상되는 데요. 붉은 원피스를 입은 여자의 몸전체에서 후광이 빛나고요. 그 여인을 바라보는 한 남자는 평상복을 입고, 아쉬운 작별을 하고 있네요. 이는 시달과 로제티 자신을 배경으로 넣어 그 동안의 같이 한 세월을 아쉬워 하는 이별장면으로 보이네요.

아내의 이름으로 제목을 넣지 않고, 베아뜨리체로 한 것은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의 이름을 빌어, 로제티가 단테의 작품 및 그의 예술관에 얼마나 사숙하는지 읽게 합니다.

 

다음에는 <백일몽>을 볼까요?  위의 <백일몽, 1880>과 아래 <페르세포네, 1874>는 윌리엄 모리스의 아내 제인 모리스를 모델로 해서 그린 것입니다. 제인은 라파엘점파가 결성되고 나서 이들의 모델로 활동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윌리엄 모리스와 만나 결혼을 하고, 슬하에 두 딸을 건사하며 살면서도 한편으로는 로제티의 지속적인 모델로 작품에 여러 번 등장합니다. 화가와 모델 사이에 있을 수 있는 묘연한 감정이 이 둘 사이에서도 지속되었고, 급기야 단테는 제인을 자신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뮤즈로 봅니다. 그는 죽은 아내 엘리자베스 시달 뿐만 아니라 제인을 모델로 하여 그린 여러 점의 초상화가 있습니다.

제인은 팔등신 키에 큼직큼직한 이목구비, 육감적인 몸매의 소유자 입니다. 그런 아내와 자신의 친구인 로제티와의 사이에 생긴 아름답지 못한 연정에 윌리엄 모리스는 많이 갈등하면서 이 둘 사이에 감정들이 식혀지기를 기다린 화가이자 공예가, 시인, 사회 예술가 였습니다. 자신 보다 일찍 세상을 뜬 로제티와 진작에 결별을 고하고, 그는 자신의 직무에 충실한채 6년 뒤에 그마져 세상을 뜹니다.

그의 아내 제인 모리스는 사후 모리스 재단을 세워 생전의 그의 예술활동을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하면서 두 딸의 어머니로서 함께 살았답니다. 

 

 

                    

로제티, 페르세포네                                           제인 모리스                                                           Paolo And Francesca Da Rimini by Dante Gabriel Rosset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