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명화 읽기

라파엘전파 - 존 에버레트 밀레이

박연실 2016. 6. 2. 14:58

 

존 에버레트 밀레이, <오펠리아, 1851-2>

 

라파엘전파 형제애들 중에 두 번째는 존 에버레트 밀레이 작품을 볼까요? 

위의 작품은 <오펠리아, 1851-2> 입니다. 섹스피어의 비극 햄릿에서 섹스피어가 묘사한 장면들을 따라 묘사한 것이지요.

사랑하는 남자 친구인 햄릿이 자기의 아버지를 살해 했다는 비보를 듣고, 그 충격에 산에 있는 들판에 올라가 미친듯이 꽃들을 꺽다가 그만 발을 잘못(헛) 디디는 바람에 강가에 굴러 떨어져서 죽어가는 오펠리아로 밀레이는 묘사했습니다. 강가에 떠오른 오펠리아 시신 옆에는 그녀가 꺽은 꽃들이 즐비합니다.

당시 라파엘전파들의 회화에 대한 모토는 '자연에 대한 진실(Truth to Nature)' 이었습니다.

더할나위 없이 상세하게, 마치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듯이 상세하게 묘사하는 것이 그들의 직무라고 생각했습니다. 밀레스도 그가 그린 꽃들은 식물학을 바탕으로 상세하게 그릴 것을 기정 사실화 했고, 화폭에 그려진 꽃들은 빅토리아 시대의 꽃말에서 의미하는 바를 예시하며 그렸습니다.

가령, 팬지-헛된 사랑, 제비꽃-충절, 쐬기풀-고통, 데이지-순수, 페즌트 아이-슬픔, 물망초와 양귀비-죽음이라는 식이죠. 그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물에 둥둥 떠내려가는 꽃들은 고통, 순수, 슬픔, 죽음을 상징하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익사체, 오펠리아로 묘사되어 있는 것입니다.

 

 

                                                                                                                                         

다음작품은 <마리아나, 1851>을 볼까요? 자신의 약혼자로부터 약혼을 파혼하겠다는 통보를 받고,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자수를 놓다가 스트레칭하는 마리아나를 그렸습니다. 가슴 속에는 폐소공포증이 자리하고, 그것을 바깥으로 토해내는 장면 같지요? 마리아나는 8등신 미인으로 묘사되어 있고, 앞에 있는 창에 그려진 스테인드글라스 또한 사실적인 아름다움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밀레이는 이 그림을 테니슨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그렸다고 합니다. 

    

      그녀는 말한다. 내 삶은 다 망가졌어, 라고.
      그는 오지 않을 거야, 라고.
      그녀는 또 말한다. 난 지쳤어, 지쳤어,
      차라리 죽을 수 있다면..., 이라고.

 

시에서도 구구 절절이 이별의 고통이 표현되고 있지만, 시각 미술은 조형언어라 문학과는 다른 아름다움이 보입니다.

조형적으로 화려한 느낌이 이별통보라는 슬픔을 와해시키는 듯 합니다.

그녀가 허리를 펴서 노동에서 잠시 벗어나 바라보는 것은 마리아의 기쁨 <수태고지>의 내용이 그려진 스테인드글라스입니다.

 

 

밀레이, <마리아나, 1851>

 

밀레이는 미술공예운동에서도 활약한 바 있는 화가입니다.

미술공예운동에서 미술은 라파엘 전파들이 담당하였고, 공예는 브라운, 모리스, 번 존스 등이 담당하였으며,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사물들을 공급하고자 노력하였던 운동입니다. 공예분야는 타피스트리, 카펫, 의자 및 책상인 가구 공예, 벽지, 스테인드글라스 등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다음 작품은 <장님소녀, 1856>입니다. 

약 13세로 보이는 소녀가 자신의 여동생으로 보이는 소녀의 안내를 받으며, 마을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동냥으로 끼니를 떼우는 걸인으로 보입니다.

그녀들은 농촌의 들녁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것 같습니다.

저멀리 검은 구름 너머로 쌍무지개가 떠있는 것으로 봐서 방금 전에 소나기가 퍼부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소나기는 들녁의 먼지를 씻어내기 때문에 투명하고 깨끗한 공기와 풀들의 향기가 장님 소녀의 코끝에서 맴도는 것으로 보입니다. 향기를 마시는 장님 소녀의 고요한 집중은 한동안 지속되며, 거의 미동을 하지 않는 자세입니다. 그것은 장님소녀의 어깨에 살폿이 앉아있는 나비의 정지된 모습에서 읽을 수 있답니다.

그에 반해서 6~7세로 보이는 여동생의 몸은 지루해 하는 자태로 지그재그의 포즈입니다.

러스킨은 밀레이의 이 <장님소녀>를 라파엘 전파들의 작품들 중에서 우수하게 더할나위 없이 아름다운 작품으로 칭송하고 있습니다.

햇빛에 달이오른 장남 소녀의 빨간 볼은 따뜻한 그녀의 정서를 읽게 합니다.   

                                                                                                                 

                                                                                                                   밀레이, <장님소녀, 1856>     

 

다음 작품은<로렌조와 이사벨라, 1848-9>를 볼까요?

 

 

밀레이, <로렌조와 이사벨라, 1848-9>

 

피렌체의 부유한 상인의 딸인 이사벨라는 자신의 집 하인인 로렌조와 사랑에 빠집니다. 신분상의 차이로 결혼까지 이르게 되는데는 무리가 있는 이들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됩니다. 그림 상에서, 이사벨라의 오빠 둘은 여동생의 금지된 사랑에 불쾌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냅니다.  

우선 이 커플의 앞에서 호두를 까고 있는 오빠의 찡그린 표정은 펜치에 의해 박살이 되고 있는 호두마냥 로렌초의 앞날을 짐작하게 합니다. 오른쪽 발로는 길게 뻗어서

이사벨라가 쓰다듬고 있는 개의 다리를 걷어차고 있습니다. 난감해 하는 개의 눈과 잎의 표정은 로렌초의 입장을 대변합니다.

그 옆에서 잔을 들고, 잔에 시선을 두는 다른 오빠는, 사실 유리잔 너머로 여동생과 로렌초의 표정과 동태를 살피고 있습니다.

그 오빠의 의자 등받이에 조각된 독수리와 그 독수리에 잡힌 흰비둘기의 자태 역시 앞날의 로렌초의 운명을 암시하며, 상징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작품을 감상할 때 주인공이 주는 포즈와 표정에 집중하다 보면 소소한 소품들에 소홀하기 쉽습니다.

사실은 이런 소품에서 작품의 주인공의 운명, 앞 날이 상징적으로 암시되기도 합니다.

로렌초는 핏빛같은 오렌지를 이사벨라에게 권합니다. 오렌지는 자신의 뜨거운 마음과 사랑의 열정을 나타내겠지요!  그의 눈빛은 이글거리는 태양의 정열과 버금갑니다.

로렌초의 마음을 진작에 알아버린 이사벨라의 내려뜬 눈빛은 차분한 그녀의 낯빛과 옷 색깔처럼 수용하고 있습니다. 

밀레이가 묘사한 이사벨라와 로렌초는 자신의 여동생과 친구인 헌트를 모델로 하였으며, 정찬에 참여한 다른 이들은 자신의 부모님을 모델로 하였다고 합니다.

독수리와 비둘기, 호두, 애완견이 주는 암시처럼, 로렌초는 이사벨라의 오빠들에 의해서 죽음을 면치 못합니다.

이사벨라는 잠자리에서 로렌초의 영혼이 찾아와 자신은 오빠들에 의해 살해되었으며, 집에서 멀리 떨어진 산속에 묻혀 있음을 알립니다.

정신이 반 정도가 나간 이사벨라는 혼비백산이 되어 로렌초가 알려진 야산의 무덤가에 가서 로렌초의 시신 중 두상을 안고와 항아리에 숨기고, 그 위에 흙을 담고 바질을 심어 자신의 곁에 두었다고 한다. 

 

다음 작품은 밀레이 작품은 아니지만 <바질이 담겨있는 항아리와 이사벨라, 1866-8>를 그린 윌리엄 홀맨 헌트의 작품이다.

 

 

윌리엄 홀맨 헌트, <바질이 담겨있는 항아리와 이사벨라, 1866-8>

 

이사벨라가 자신의 가문의 하인이지만 로렌초를 얼마나 사랑했나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긴머리를 항아리에 기댄채 안고있는 이사벨라의 커다란 눈과 통통한 손과 발, 그 앞에는 바질에게 물을 주는 조루가 놓여있다.

비록 시신의 일부이기는 하여도 영혼의 집인 두상을 자신의 곁에 둠으로써 사랑에 모든 것을 걸었던 로렌초와의 기억을 늘 읍조리는 이사벨라를 우리는 기억할 수 있다.

헌트의 그림을 통해서 아름다운 이사벨라를 만나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