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블루밍의 쉼터와 블루몽

박연실 2016. 2. 19. 00:55

안녕하세요?  일전에 블루밍과 블루몽을 소개한 적이 있어요. 블루밍은 모란 앵무새이고, 나이는 3살이며, 무정란을 30개 정도 낳았어요.

알 낳을 때 마다 집안 구석구석에 본인의 구미에 맞는 장소를 물색하곤 해요. 어떤 때는 주인장인 저의 방 이불 쌓아 두는 곳이구요. 어떤 때는 거실 장 위에 놓인 목각 새장에 또 어떤 때는 파란 새장에 매달아 놓은 그네에서 쉬어요. 또 짚으로 엮은 새 장에 들어가 2~3분간 머물기도 하구요.

한 번 볼까요?

 

        

1) 이불 쌓아 두는 구석                        2) 목각 새장                                     3) 파란 새장의 그네                           4) 짚풀 새장

 

사진에는 없지만 식탁 밑에 놓인 쇼핑백에 들어가 집을 짓기도 해요. 쇼핑백에 손을 집어 넣어보면 각종 종이조각들을 요새처럼 쌓아놓아 보온과 안락함이 최고예요.

요즘에 주로 거주하는 공간은 콘솔 서랍장이예요. 그 곳이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것이지요. 콘솔 서랍장을 열면 그 뒷켠에 집을 지어요. 각종 종이를 부리로 오려서 쌓아두죠. 역시 푹신푹신 해요. 주로 그 곳에서 알을 낳아요

 

        

5) 콘솔 서랍장에서 기거하는 블루밍                                                       6) 순산한 알과 블루밍

 

동거한지 1년 지나서는 한 달에 알을 하나씩 낳았는데, 요즘은 한 달에 약 3개 정도 순산해요. 영특한 블루밍이죠.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주인장이 블루밍에게 소홀한 순간을 용쾌 알아차리고, 열어놓은 베란다 창으로 날아간 적이 있어요. 작년 5월 5일 어린이날로 기억해요.

혼비백산된 저와 남편은 블루밍이 날아간 방향으로 가서 아파트 주변을 찾았어요. 신기하게도 베란다 창을 통해서 밖을 보여준 그 공간을 벗어나지 않더군요.

블루밍의 소리를 구별하는 저와 남편은 블루밍이 있는 곳을 향해 소리를 질러댔으나, 비웃기나 한듯이 눈 앞에서 저 멀리 날아가 사라졌어요.

그 다음 날 우리 내외는 블루밍이 날아간 방향으로 길을 나섰지요. 버스 정거장을 지나가던 남편이 가로수에서 블루밍의 소리를 발견하여 듣고는 저에게 알렸어요.

우리는 블루밍을 목격하는 순간 정거장에 있던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일제히 "블루밍 꽊- 꽊- "을 반복해서 질렀어요. 한 손에는 블루밍의 장난감 공과 한 손에는 블루밍이 좋아하는 핸드폰을 흔들어 대면서 말이지요. 저희 모습을 보던 블루밍이 드디어 나뭇가지를 타고 내려오네요. 블루밍의 표정은 웃는 것 같았어요.

우리도 반가와 눈에는 눈물이, 입에는 미소가 나는 것 같았어요. 드디어 블루밍이 우리 가까이 있는 나뭇가지에서 핸드폰 위로 올라 왔네요. 아 ~~~ 후 !

우리는 집으로 와 하루동안 굶었을 블루밍에게 곡물먹이와 물을 주었답니다. 쉬임없이 먹어대는 블루밍!  핸드폰을 들이대도 한 눈 팔지 않고 먹이만 냠냠 먹네요.

그 때 당시의 동영상을 보면서 남편과 저 사이에 블루밍을 두고 벌인 애정 공세가 절절이 느껴지네요. 블루밍을 향한 남편의 섬세한 청각이 블루밍을 찾아낸 것이지요

그 이후부터 블루밍과 우리 사이에 교환하는 소리가 있어요.

"블루밍 꽊- 꽊"  "블루밍 꽊-꽊-"  꽊꽊은 블루밍이 다급할 때 내는 의성어예요. 그러면 우리가 구해준다는 뜻으로 우리도 꽊꽊 대요. 

요즈음은 또 이런 소리를 블루밍이 만들어 냈네요. "뽀  ~  삐" 아주 예쁜 소리예요. 본래 블루밍은 손노리게가 아니고, 관상용이예요. 그런데 3년 지나도록 같이 사니까 이제는 손을 아프게 물지 않아요. 가볍게 부리로 텃치하는 정도. 저는 아직도 좀 겁이나서 부리로 쪼으려고 할 때마다 피하는데, 남편은 맘놓고 쪼으라고 손과 귀를 내밀어요. 그러면 블루밍은 귀끝을 쪼기도 하고, 손을 쪼기도 하는 데 아프지 않다고 해요.

알을 품으면 눈에 힘이 풀리고, 서랍에서 나오는 시간이 줄어요. 그러나 일단 알을 낳으면 활기차게 집안 곳곳을 누비는데, 특히 행동반경이 높은 곳에서 주인장의 시선을 끌죠.

 

        

7) 액자 뒤 헝겁장갑에서도 쉬는 블루밍  8) 행동반경이 높은 블루밍

 

블루밍은 제가 이쁜 소리를 내어 노래를 하면 옆에서 추임을 해줘요. 절절한 톤으로 부르면 그 순간 '삐익' 호로라기 소리를 내요. 저번에 가출하였을 때 교통 순경의 호르라기 소리를 듣고 배운 것 같아요. 어쨋든 추임 소리는  삐익~~을 비롯해 꼬끼~~ 꽊꽊 아주 재미있는 소리를 내줘요.

주인장은 알을 낳기 전과 후에 비타민을 섞은 곡물과 찐 계란 노른자 등을 물과 함께 주죠. 식성이 아주 좋아서 기특해요.

 

                    

8) 계란 노른자를 즐기는 블루밍                        9)곡물을 먹은 다음 물을 마시는 블루밍    10) 블루밍을 주시하는 블루몽

 

블루밍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4개월째 된 블루몽이 아주 가까이서 신기하게 쳐다봐요. 블루몽은 남아이고,  입양되고 나서 둘 사이는 익숙해졌지만 그닥 사이는 좋지 않아요. 그래서 내심 주인장은 불안했지요. 아직도 블루밍은 블루몽이 다가오면 부리로 쪼아대고, 블루몽은 피하기도 하면서 가소롭다는 식으로 몸으로 위협하며 다가가죠. 

아직까지 둘 사이에 위험한 일은 없었어요. 그래도 둘 사이에 대면하는 모습을 보게되면 주인장은 경계심을 놓치 않죠. 둘이 대면하고 있는 모습을 볼까요?

 

                 

11)블루밍과 블루봉의 대면 모습들

 

블루밍이 4살 됐으니 엄연한 누나이고, 주인장과 같이 동거한지 3년이 되가니 4개월된 블루몽과 쨉도 안되는데, 블루몽은 정말 어이가 없네요.

그래도 점점 블루몽과의 인연이 새록새록 쌓여 갑니다. 목욕시킬 때 털을 빗어줄 때, 맛있는 것을 밝히는 블루몽의 식욕을 만족시켜 줄 때 주인장에게 애정 공세를 펼치는 블루몽을 말이죠.

 

둘 사이에는 특별한 일이 없이 잘 크기를 바라는 마음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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