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젤리는 독일에 체류하는 동안에 헤르더를 만났고, 학생이자 작가로서 '질풍노도'의 주도자들과 가깝게 지냈다. 퓨젤리는 고대 숭배자로 알려졌고, 1770-1778년까지 8년 동안 이태리에 머물면서 미술을 공부했다.
미켈란젤로의 역동적 인물을 찬양하는데서 보이는 퓨젤리의 <영웅숭배사상>을 무심코 드러내고 있다.
그의 대표작 <악몽>을 볼까요?
Henry Fuseli, <악몽 night mare>, 752 x 599cm, 1791.
1781년 왕립 아카데미에 처음 전시된 후로 후속작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보완되었던 이 주제는 분명 쉽게 잊혀질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죠?
<악몽>은 19세기 중반까지 동시대 작품들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졌으며, 자주 표절의 대상이 되었다고 해요. 무엇 보다도 특히 잠이나 꿈과 관련되었을 때 이 주제는 잠재의식의 충동을 폭로하는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니콜라스 파월이 지적하였듯이, 퓨젤리는 "꿈속의 장면을 묘사하려는 의도가 없었을 뿐 아니라 악몽을 통해 경험하는 숨막힐듯한 억압과 공포감을 표현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전형적으로 퓨젤리는 이런 작품에서 비합리성 보다는 에로티시즘에 더욱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당시의 새로운 의학적 견해를 인용하였다. 1753년 존 본드가 지적하였듯이, 어린 소녀들이 꾸는 악몽은 종종 '과다한 양의 월경'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이 그 한 예였다.
잠자는 사람의 가슴이 눌리거나 누운 자세로 암시되던 이런 악몽들은 일반적으로 폭력적인 성적 공격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런 종류의 꿈은 악마와 성교를 뜻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하였다. 때론 가해자를 격렬한 駿馬의 형상으로 묘사하였지만 일반적으로 준마는 남성 피해자들과 연관되었다.
작품 속 여인으로 추측되는 안나는 퓨젤리의 실패한 사랑, 절망감에 대한 알레고리로 해석된다. 안나는 시체처럼 축 쳐져 몸을 못 가눈 채 늘어져 있다.
밝게 채색된 여인의 형상과 어두운 빨간색과 노란색, 고동색 배경의 명암 대비는 빛과 어둠의 강한 대조 효과를 낸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실내에는 작은 테이블과 거울, 유리병, 책들이 있다. 커튼 사이로 대담하게 얼굴을 내민 말은 초점 없는 눈을 하고 있다. 하얀 잠옷에 드러나는 안나의 순결은 그녀의 가슴 위에 악마의 짓누르는 무게에 짓눌려 있다. 이 악마의 얼굴은 어렴풋이 퓨젤리를 연상케 한다.
작품 속에서 소름 끼치는 모습으로 관람객을 응시하는 악마의 시선은 궁극적으로 발 밑의 여인을 정복했음을 나타낸다.
퓨젤리는 작품을 통해 자신이 그녀를 침몰시키고 그녀의 숨이 거뒀음을 의미하고자 표현했다고 하네요.
이 작품에서 퓨젤리는 종마인 맹렬한 남성성과 동일시 하는 회화적 전통을 따르고 있는데, 커튼 사이로 갑작스레 튀어나온 충분한 말의 머리는 시각적으로 강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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