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정원, 나의 애목들

겨울 베란다와 동백, 그리고 수채화

박연실 2016. 2. 18. 17:23

새해가 밝은지 벌써 보름이 지났네요. 새로 세운 계획들 잘 실천하고 있나요?

나이가 드니 특별히 돈벌이를 위한 것이 아니어도 재미있고, 알차게 보내는 방법들을 찾아서 하네요. 누구의 눈치도 없이 자유롭게...

가끔은 남편에게 지금 제가 하는 일을 정서적으로 확인하려고 물어보면 남편은 진지한 표정과 긍정적으로 성의있는 답변을 줍니다.

그런 시선과 답변에 쬐끔 고맙고, 지치지 않는 성의에 놀랄뿐입니다. ~~~ 므흣

우선, 오늘은 햇살이 이뻐 거실에서 바라본 베란다 풍경을 찍어보았습니다.

 

1) 거실에서 본 베란다 풍경

거실에 있는 댄디롱이 칠렐레 팔렐레 늘어져 있어서 가지 중심대를 설치하여 정리하려고 합니다. 같이 한지 13년 넘었어요. 전화기 옆에 있는 관음죽도 같이한지 13년 넘습니다. 처음에 3000원 주고, 작은 포트에 있는 것을 들였는데, 식당개업식에 들이는 화분처럼 거대해졌어요. 봄맞이 샤워를 두 나무에게 선물하려구요. 댄디롱 뒤에서 베란다에 있는 애는 함소화 입니다. 보유한지 5년 되가고, 올 해도 어김없이 꽃망울이 13여개 맺혀있군요. 해마다 바나나 향이 나는 미니 목련같은 꽃을 보여줍니다. 꽃잎이 시들면 목련처럼 하나 하나 낙화되요. 그 앞에는 만리향이 있군요. 만리향을 자세히 보니 꽃봉우리가 올라오고, 점점 부풀어 올 것이며, 한꺼번에 쫙 필거예요.

꽃잎의 텍스쳐는 알프스 산에서 피는 에델바이스 마냥 잔 털이 느껴져요. 꽃잎이 고급스런 흰 우단의 느낌입니다.

거실 베란다에 있는 얘들 중에 가장 고참은 단연 철쭉입니다. 이 애도 13년 넘게 동거동락했어요. 한 번 볼까요?

 

2) 거실에서 본 베란다 풍경

철쭉의 목대는 굵어지고, 가지가 양 옆으로 벌어졌어요. 꽃들을 보고싶어 나뭇잎들은 주로 따주는 편이예요. 꽃 잎의 색상은 연한 분홍색입니다. 커다란 철쭉 양 옆에 7년 보유한 금송(왼쪽)과 3년 되가는 금송(오른쪽)이 자리하고 있네요.  그 외에 벌거숭이 불루베리가 봄 채비를 서두르는듯 합니다. 마치코는 블루베리 나무를 7개 가지고 있어요. 대형 1나, 중형 3개, 소형 2개인데 수형과 종류가 다 다릅니다. 중형 중에 3개는 이미 꽃망울을 머금고 있으며, 새싹들이 삐쭉 삐쭉나오고 있어요. 병충해에 강하고, 추운 노지에서도 월동이 가능한 튼튼한 애들입니다. 그 외에 거실 베란다에는 중형의 철쭉나무 2개가 보이는데, 보유한지 10년이 되가는 연한 주홍색 아이 하나와 가지에 돌이 박힌 분재형 흰 철쭉 꽃이 피는 아이입니다. 참 작년에 무화과를 하나 새로 들여 열매도 따먹고, 과연 베란다에서도 잘 크는지 궁금해지네요(금송 다음에 옥색 항아리에 있는 사진)

하나 하나 볼까요?

 

         

 

        

 

위에서 보았던 나무들에서 작년에 폈던 꽃들입니다. 올 해도 3월부터 4월 중에 필 애들이죠

 

                                 

           

 

다음에는 안방 베란다로 건너가보겠습니다. 현재의 안방 베란다 모습입니다.

 

3) 현재의 안방 베란다 모습

 

마치코는 동백 나무도 5개 있습니다. 작년 11월부터 애기 동백 2개가 피더니, 올해 2월부터는 보유한지 10년쯤 되는 동백이(언젠가 이모 동백이라고 호명했던) 핍니다. 매년 12-13송이를 피우는군요. 작년 11월에 한송이가 피더니, 본격적으로 2월부터는 12송이가 부풀어 오면서 꽃망울을 벌립니다. 2송이는 낙화했어요. 밤자리에 퍽 하는 소리가 나서 약간 놀라웠습니다. 떨어진 꽃송이를 주워서 화분 위에 올려 놓아요. 올 해부터는 꽃송이가 엄청 커진 것같아 이모 동백이라는 호칭을 취소할까 합니다.

사랑하고 아끼기로 했어요. 이제는 방안으로 들여놓고, 즐감해요. 송이의 색상이 어쩌면 그렇게 화려한지!...  꿀이 뚝뚝 떨어져요. 동백꽃의 꿀을 맛보셔 보았는지요?

저는 맛 보았습니다. 진짜 꿀맛이예요.

 

         

4) 현재의 안방에 있는 동백                                                                     5) 2015년 2월의 동백모습                 6) 2015년 11월 첫 개화 모습

        

 7) 안방에서 벌어지는 개화                                                                   8) 또 다른 애기동백들(작년 11월 모습들)

        

 

아름다운 꽃 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그것들이 내가 키우고 보살펴서 핀 것들이라면 더할나위 없지요. 화원에서 금방 사온것은 예쁘지만 가슴이 저리도록 아름답진 않아요. 철이 바껴도 계속 꽃을 피운다면 그것은 주인장의 정성과 입김 때문일거예요. 꽃이 피면 감동 그 자체이지요. 약속이기도 하고요.

마치코는 이전에 결심했던대로 꽃이 필 때마다 사진만 찍는게 아니라, 그림 한장씩 그리기로 했어요.

안방에 들여놓은 동백과 그림을 볼까요?

 

9) 동백과 마치코의 동백그림 수채화

 

사진에서 보는 동백의 각도는 그림과 달라요. 위의 사진 중 2번째가 그림그리는 자세의 각도 사진이군요. 제 그림이 여러분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네요.

 

10) 안방 베란다와 동백 수채화

 

동백꽃이 다 떨어지면 안방을 벗어나 베란다의 한켠에서 새 잎파리들을 틔이고, 나뭇가지는 자라겠지요. 그러면 올 11월부터 또 동백들이 피겠네요.

저는 동백꽃을 그릴 채비를 하겠구요. 지금 이 그림과 모습은 다르겠지만 또 한 장 한 장 쌓여가겠네요.

이 그림을 액자에 맞춰 넣고 벽에 걸면 오랫동안 오가면서 시선을 받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