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명화 읽기

19세기 근대명화 (리얼리즘- 제리코)

박연실 2016. 5. 10. 09:13

테오도로 제리코, <옆모습 남자의 토르소,  1824>

 

 

안녕하세요? 마치코 입니다.

 

오늘은 19세기 회화로서 리얼리즘 계열의 작품들을 감상하겠습니다. 우선 제리코, 밀레, 그리고 쿠르베가 되겠습니다.

리얼리즘은 우리의 세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과 인물들을 자연스럽게 그리는 화풍입니다. 그래서 고전주의 회화의 풍토와는 상반되는 느낌을 주죠.

인물에는, 영웅이나 신화의 위대한 주인공에서 볼 수 있는 힘과 권세, 초능력, 이상화된 아름다움이 꼭 담겨 있지 않답니다.

오히려 인물의 무능력, 지저분함, 추함이 화면에 나타나죠.

또한 고전주의 회화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정신병자, 도박꾼, 거지 등 소외되었던 인물이 회화의 주인공으로 나타나기도 하여 초기에는 당대의 평론가 및 예술 전문가 및 애호가들에게 외면당하는 촌극도 벌어진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런 회화를 그리면서 현실에 도전하는 몇몇 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겠습니다.

 

우선 장 루이 앙드레 테오도르 제리코(Jean-Louis Andre Theodore Gericault (French:1791-1824)의 작품이 제시되었네요.

그가 그린 젊은 남자는, 신화의 주인공도 혹은 어떤 정치적 영웅도 아닌, 그냥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젊은 남자입니다.

그런데도 제리코의 작품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미남에다가 지저분한 분위기가 아니죠.

그렇다고 제리코가 의도했던 이상적인 젊은 남자상은 아닐게 분명해서, 아마 어쩔 수 없이 보이는데로의 미남 모델을 섬세하게 그대로 그린 것 같습니다.

토르소란 인체의 상반신을 말하는데요, 붉은 모포로 살짝 가려진 남성의 성기부분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상반신과 얼굴로 시선을 돌리게 하지요. 

이 젊은 남자가 자신의 손으로 쓸어 올린 머리카락 아래에로 드러난 이마와 코선, 그리고 꾹 다문 입, 결심한듯한 곤혹적인 눈빛이 예사로운 미남으로만 감상하게 하지 않네요. 

당장에라도 모포를 박차고 나아가 자신이 결정한데로의 일을 실행할 것 같은 분위기이네요. 그렇죠?

거기다가 단련된 운동력으로 다듬어진 근육과 그 위에 드러난 힘줄, 팔뚝의 굵기는 마치 역도선수 같은 풍모를 자랑하네요.

또한 적당히 넒은 가슴과 어깨선 역시, 여성이면 누구나 한 번 더 시선을 받을 수 있는 멋진 몸매를 상상하게 하네요.

제리코의 회화는, 인물상의 성격을 신체에 적용시켜 적절한 인물상을 만들어내는 데요. 그래서 정적이기 보다는 동적인 다이나믹을 적용시켜 그 당시의 상황을 마치 연극무대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으로 다듬어 그리는 느낌을 줍니다. 

 

다음 작품을 볼까요?

 

 

 

<메두사호의 뗏목,  1819> 루브르 미술관

 

 

 

이 작품은 실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1816년 프랑스 군함 메두사호는 세네갈로 항해하던중 배가 난파되었다. 배에는 몇몇 개의 구명보트 만이 준비되어 있었기에 승선자들중 일부는 하나의 보트에 밧줄로 연결된 뗏목으로 옮겨 타야만 했다. 그러나 뗏목이 연결된 보트의 사령관은 자신의 안전만을 생각하여 뗏목을 연결한 밧줄을 끊고 달아났다.

뗏목에 탔던 이들은 그만 아르고스 함대에 의해 구출되기까지 약 12일간의 끔찍한 나날 동안, 뗏목 위에서 굶주림과 공포에 떨어야 했다.

149명의 승선자 중 고작 15명만이 구조되었으며, 그 중에서도 5명은 육지에 도착하자마자 운명을 달리 하게 된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프랑스로 돌아온 2명의 생존자가 폭염, 기아, 식인행위 등을 담은 자세한 삽화와 함께 이 사건에 대한 자신들의 경험을 책으로 펴냄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답니다. 

이 사건에 관심을 가졌던 제리코는 당시의 공포스런 상황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도록 극단적인 수단을 택하였답니다.

가령, 당시 그 재앙을 겪었던 2명의 생존자로 사빈니라는 의사와 엔지니어 코리아드를 만나 당시의 상황을 들었으며, 실물과 똑같은 뗏목을 제작하기도 하였다고 전해집니다. 또한 자신의 주변 지역의 병원에서 사체 및 병들어 죽어가는 환자에 대한 방대한 연구에 몸담게 됨으로써, 제리코는 고요한 시각까지 사체연구와 그림 작업에 몰두하였으며, 조수들에게 방해받지 않도록 조용한 작업을 지시하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탄생된 <메두사호의 뗏목>은 1819년 살롱에 발표되었을 당시 커다란 화제를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제리코의 예상과 달리 정부는 그림을 구입하지 않음으로써 제리코는 세계전시라는 출구를 찾습니다. 1820년에는 런던의 이집트 홀과 그 이듬 해에는 더블린에서도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세계적인 순회전시가 성공을 거두자 <메두사호의 뗏목>은 제리코 사후 루브르가 소장하게 되었습니다.

 

한 눈에 보아도 잔인하고 난폭한 느낌을 주는 이 그림은 낭만주의 씨앗을 뿌린 작품으로 손꼽히죠.

동요하는 영혼, 공포에 질린 표정과 제스처, 죽음을 예견하는 섬뜩한 분위기와 격정적인 기분을 풍기기 때문이죠.

제리코는 이 작품에서 평소에 사숙하였던 미켈란젤로와 카라밧지오의 영향을 보입니다. 그것은 시스티나 벽화에서 볼 수 있었던 인체의 구부러지고 딩굴어진 동세나 어둡고 밝은 테네브리즘이 화면에 뚜렷하게 징표를 표출하고 있으니까요.

따라서 이 작품은  전통적이고 아카데믹한 표현기법과 관련하고 있으며, 실제사건에 대한 현실감 있는 접근을 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품의 구도는 피라미드형이며, 동시에 대각선 구도로 표현되어 안정감과 불안감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제리코는 정상적인 정신상태에서 약간 벗어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화폭에 옮겨 놓기도 합니다. 우선 여자 광인의 모습입니다.

 

 

 

 

<정신병녀, 1822>, 리용미술관

 

 

 

우리는 사람을 볼 때 전체적인 것을 보지요. 그런 가운데 그 사람을 파악하고 친해질까? 아니면 멀리 할까?를 생각하죠. 그러나 정신에 약간의 이상이 있는 사람들의 눈은 비상할 정도로 광택이 나거나 혹은 초취해 보이죠. 그럴 때 그 사람에게는 위안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제리코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하지 않은 사건과 사람들을 예술작품의 주제내지는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데에서 특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 그림도 여성의 눈동자에서 광택이 나며, 정신적으로 너무 많이 몰두해 있어서 눈가가 충혈이 되었군요.

 

노말하지 않은 여인의 정신세계가 제리코의 작품으로 재탄생되었네요.

 

 

 

<도박중독자의 초상, 1822>,  켄트 미술관

 

 

 

위 그림의 주인공 남자의 눈동자도 허탈과 피곤함이 가득하네요. 도박자의 힘겨운 쇄진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겁남과 안스러움의 감정을 교차시키는데, 이럴 땐 포용력이  남자의 치유력을 앞당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리코는 빨리 달리는 말을 자주 화제로 삼아 뎃생 및 크로키 작업을 종종 하였으며, 개인적인 취향으로 승마를 즐기는 취미도 있었다고 전합니다.

아래 그림은 영국 앱슨에서 매년 열리는 경마대회를 그린 것입니다.

실제로 제리코는 말을 타고 달리다가 떨어져 그 후유증으로 33세의 짧은 생애를 마감하였답니다.

 

 

 

<엡슨에서의 더비경마,  

 

 

제리코의 몇 작품에서 보듯이, 그는 미켈란젤로의 인체 작품에서 느껴지는 정확한 뎃생 실력에 감화되어 해부학적인 구조 및 근육의 이완과 수축을 연구하기 위하여,

자신의 작업실에서는 사체의 냄새가 진동할 때까지 연구의 강도를 늦추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그의 작품경향은 닝만주의 경향을 띄는 바로크 스타일의 루벤스를 닮았으며, 후에 낭만파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에게 결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돌격하는 샤쇠르, 1812>, 루브르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