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명화 읽기

루벤스 작품 감상

박연실 2016. 11. 1. 12:42

안녕하세요? 오늘은 날씨가 화창하네요. 햇빛이 집안 깊숙히 들어오네요.

 

'표현으로서의 예술'의 사례로서 렘브란트의 그림 감상에 이어 루벤스의 작품을 감상하죠.

루벤스의 명화 중 <파리스의 심판, 1637>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군요. 먼저 보죠.

 

 

 

피터 폴 루벤스, <파리스의 심판, 1636>

 

 

플랑드로의 화가 루벤스는 하늘 위에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떨어뜨린 황금사과를 그려, 그녀가 의도한대로 불화를 일으키는 장면을 지켜보게 하였다.

그림 상에서 보면, 나무 위의 하늘에서 노르스름하게 그려진 여인이 번쩍 든 손으로 쥔 둥근 사과를 볼 수 있다. 

에리스가 지상으로 떨어뜨린 사과에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에게"라고 쓰여 있으며, 이를 두고 베누스, 미네르바, 유노가 서로 가질려고 다투었다.

(로마시대에 와서 비너스, 아테나, 헤라로 명칭을 부르고 있다.)

날개가 달린 투구를 쓰고, 지팡이를 들고 있는 메르쿠리우스(헤르메스)가 세여신을 이다산으로 데려가서 파리스로 하여금 미의 승자를 가리도록 하였다.

왼쪽의 미네르바는 옆에 놓인 올배미의 투구와 방패로 알아볼 수 있으며, 유노는 발 밑에 놓인 공작으로 알아볼 수 있다. 가운데 베누스는 곁에 늘 아들 큐피드가 따라 다녀 구별할 수 있다. 미네르바는 파리스가 저를 선택하면 세계의 권력을 주겠다고 약속을 하였고, 유노는 세상의 지혜를 주겠다고 다짐하였고, 베누스는 자신을 선택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소개하겠다고 약속을 하였다.

여러분들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권력, 지혜, 아름다운 여자!

파리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소개하겠다는 베누스에게 사과를 건네 주었다.

이로써 베누스는 스파르타의 왕인 메넬로우스의 아네 헬레네를 파리스에게 소개한다. 파리스는 현재 목동의 신분이지만 본래 트로이의 왕자였으므로, 그가 스파르타의 왕 메넬로우스의 아네를 가로챈 격이 되었으므로 앞으로 10여년의 스파르타와 트로이간의 전쟁이 일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전쟁의 불화는 에리스로 하여금 실현시킨 셈이다.

 

3년 후에 루벤스는 같은 주제의 <파리스의 심판, 1639>을 또 그렸다.

 

 

 

 <파리스의 심판, 1639>

 

 

 

피터 폴 루벤스(Peter Paul Rubens,1577~1640)는 미켈란젤로, 틴토레토와 같은 대가들을 공부하며 벨기에서 명성과 부를 쌓아나간 화가이다.

그는 화가로서의 명성 못지 않게 유능한 외교관으로서 유럽 왕실의 신망과 사랑을 독차지 하였다고 전해진다. 6개 국어에 능통하고, 고전과 현대의 학문 설렵하였으며,

관운과 재복, 처복도 두루두루 갖추었던 미남 화가였다.

 

 

 

    

    자화상, 1623.                                                                                                                 루벤스의 아들 니콜라스, 1621

 

 

자화상 옆에는 자신의 아들 리콜라스를 귀엽게 묘사하였다. 골똘하게 아래를 주시하고 있는 리콜라스의 앙징맞은 입술과 코, 입은 어린 아이의 전형적인 이목구비이다.

유아들의 저항할 수 없는 귀여움은 어디에서 오는 가? 생각해볼만한 주제이다.

 

다음은 무시무시한 명화를 볼까요?

다름이 아니라 <헤롯 왕의 유아 대학살, 1611>이랍니다.

 

 

 

 

 <헤롯 왕의 유아 대학살, 1611>, 캐나다 온타리오 미술관

 

 

 

 

파울 루벤스의 〈유아 대학살〉은 현재 캐나다 온타리오 미술관의 대표적 소장품이다. 이 그림은 캐나다 최대 부호이던 케네스 톰슨이 온타리오 미술관에 기증한 이천여 점의 ‘톰슨 컬렉션’ 중 하나이다. 

헤롯 왕의 유아 대학살 사건은 마태 복음서에서 전해졌으며, 베들레헴에서 헤롯에 의해 이루어진 유아 대학살에 관한 내용이다.

새로운 왕의 탄생소식을 들은 헤롯은 자신이 동방박사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 베들레헴 주변에 사는 2살 이하 남자아이들을 학살하라는 명을 내린다.

이 때 요셉. 마리아 아기 예수는 이집트로 피신하여 간신히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회화를 가만히 살펴보면, 실제로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무시무시한 사건을 리얼하지만 과장되게 표현하고 있다.

그림 중앙에서 붉은 치마를 입고, 상의는 탈의한 여성이 자신의 아이를 왼손으로 부여잡고, 오른 손으로 아이를 끌어 당기려는 남성에게 일격을 가하고 있다. 그 바람에 그 여인은 사선방향으로 중심을 잃을 수도 있는 자세가 되었다. 그녀 앞에서는 또 다른 남자가 상체를 구분린채 저항하는 늙은 노파를 향해서 대검을 휘두르고 있다.

그 남자 의 뒤에는 모자를 쓴 사병이 아이를 안고 도주하려는 여인의 머리채를 잡아 당기고 있으며, 그림의 맨 오른 쪽에는  한 여인에게 아이를 강탈하여 내던져서 처 죽이려는 남자의 포즈를 볼 수 있다. 그 바람에 아이를 쌌던 포대기가 마치 그 남자의 하의처럼 그 남자의 육체를 휘감고 있다.

그리고 그 남자의 발치에서는 파랗게 죽은 아이를 왼손으로 부여잡고, 오른 쪽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쥐어 뜯으며, 울부짓는 여인네가 그림자 속에서 보인다.

뺏고, 반대로 안 뺏기려하고, 죽이고 죽이려는 헤롯 왕의 부하와 또 몸부림치며 저항하는 아이의 엄마들이 뒤섞여 고통과 비탄, 저항의 압력이 회화 전체의 주제로 표현되어 있다. 이런 사건의 전말을 동세를 강조하면서, 빛과 어둠, 구불구불한 라인으로 바로크 스타일로 표현되었다.

이는 내면의 정서적인 심리가 죽음 앞에서 표출된 기가 막힌 절대 극명의 순간이다.  

 

다음은 <레아키포스 딸들의 약탈, 1618>을 살펴 볼까요?

 

 

 

 

<레우키포스 딸들의 약탈, 1618>, 뮌헨의 알테피나콕텍 미술관

 

 

 

제우스와 레다 사이에 태어난 쌍둥이 카스토로와 폴리테우케스가 레우키포스 딸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쌍둥이 형 카스트로는 말을  길들이고 조종하는 능력이 탁월했고, 폴리테우케스는 결투를 잘 하기로 소문이 났다. 그들은 힐라에이라와 포이베의 결혼식에 참석해 그녀들을 납치하여 도망을 간다. 레우키포스 딸들의 약혼자들은 쌍둥이 형제를 쫒아가 싸움을 하게 된다. 이 싸움에서 카스트로는 피살됐다. 형의 죽음을 슬퍼한 폴리테우키스는 제우스에게 형 대신 죽게 해달라고 한다. 그들은 죽어서 하늘의 쌍둥이 별자리가 되었다.

루벤스는 <레우키포스 딸들의 약탈>에서 전체 줄거리를  요약해 한 장면으로 묘사했다. 카스트로는 검은 말 위에 앉아있고, 동생 폴리테우케스는 갑옷과 투구도 무장하지 않은채 자신의 백마에서 내려 레우키포스 딸들을 잡고 있다. 화면 아래 쪽에 있는 여인이 포이베로서 금빛으로 빛나는 결혼식의 옷이 벗겨진채 저항하고 있다. 레우키포스의 딸에는 힐라에이라가 있다. 그녀는 도움을 청하기 위해 팔을 뻗어 하늘을 보고 있다. 그녀의 벗겨진 붉은 색의 옷은 카스트로의 어깨에 걸쳐 있는데, 힐라에이라가 원하는 사람이 카스트로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 사건의 긴장감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은 말이다. 부룹뜬 눈으로 발을 들고 우뚝 서있는 말은 이 장면에서 동물적인 힘을 상징한다. 그림의 왼쪽 검은 날개를 달고 있는 큐피트는 그녀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카스트로의 말고삐를 잡고 있다.

루벤스는 두 명의 여인과 두 명의 남자, 그리고 큐피트로 이루어지는 인물들을 한 덩어리로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 그림의 전체적인 구도도 사선구도이며, 말들의 들려진 발과 두 여인의 나선형 몸, 카스트로와 폴리테우케스가 두 여인을 강탈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부축하는 자세 등도 역동적이며, 불안한 역삼각형의 구도를 하고 있다. 이는 바로크 스타일의 전형적인 구도이기도 하다.

 

다음은 <삼손과 데릴라, 1609>를 살펴 볼까요?

 

 

 

 

<삼손과 데릴라, 1609>, 185 x 205cm, 내셔날 갤러리

 

 

 

신화나 성서에서 가장 힘이 센 남성의 상징적 인물은 유대의 천하장사 삼손이다. 그런 삼손의 엄청난 괴력의 원천이 거친 머리카락에서 나온다는 비밀을 알아낸 블레셋인이 보낸 아름다운 첩자이자 요부인 데릴라. 두 사람의 이야기는 구약성서 '사사기'에 등장한다. 사랑과 배신으로 점철된 스토리는 루벤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였을 것이다. 그가 표현한 삼손과 데릴라는 바로크의 거장답게 두 인물을 웅장하게 누워있는 탑처럼 표현하였다.

핏빛 드레스를 입은 데릴라는 욕정으로 달아올라 들뜬 삼손의 경계를 풀기에 적합하다. 그녀의 거침없이 드러난 가슴은 삼손의 거친 숨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봉곳 솟아있다. 삼손의 정욕을 채우고, 데릴라의 품에 잠든 삼손의 남성적인 팔과 울뚝불뚝 등판은 사실적인 이미지 이상으로 묘사되어 있다.

데릴라 역시 거친 사랑의 욕정 이후라 몽환적인 눈빛과 볼의 낯, 또 이성이 마비된 듯한 손의 표정은 하인들이 없었으면 제대로 일을 마쳤을까?하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루벤스는 자신이 존경했던 미켈란젤로처럼, 인체비례 및 해부학적인 구조에 능통하도록 연습하였고, 모방개념에서 보았던 최대한의 인체 비례를 묘사하하고 있다.

삼손이 잠든 찰라를 놓치지 않고, 머리를 잘라내는 남성 하인과 그 옆에서 촛불을 들고 빛을 밝혀주는 노파의 모습은 연극적인 장면을 연상하게 한다.

머리를 잘린 다음에는 문 밖에 서있는 블레셋 병사들이 들고 송곳으로 삼손의 눈에 박아 장님으로 만들 채비를 하고 있다.

잠자리에 젖혀진 보라색 커튼 저쪽으로 비너스와 큐피드의 조각이 보이고, 문밖에서 들여다 보는 병사들의 초조한 표정은 얼른 이 일이 끝나기를 고대하는 것 같다.

 

데릴라의 꾐에 빠져 비록 힘을 잃고, 눈까지 멀었지만 삼손의 머리카락은 후대에도 영원히 남성적인 힘의 상징으로  전해지고 있다.

팜므 파탈의 요부인 데릴라는 그 앞에 릴리스, 비너스, 이브가 있고, 그 외에 데릴라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치명적으로 아름다워 남성들의 생각과 감정을 무장해제 시키는 팜므 파탈! 

여성의 아름다움은 많은 소설과 영화에 등장하여 우리를 설레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