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함께 읽는 신화이야기

소포클레스의 비극 <아이아스>와 관련된 명화

박연실 2020. 7. 13. 16:23

안녕하세요? 오늘은 소포클레스의 비극 <아이아스>와 관련된 명화를 살펴볼까 합니다.

요즘도 그렇지만 과거 그리스 시대에도 남성의 자살은

세인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한 사건입니다.

아이아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자존감의 상실에서 왔지만

또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독립된 결정에서 옵니다.

이 비극의 말미에서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는 인간이 평생 안전하려면,

존경심과 더불어 경외감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합니다.

지금도 신을 믿는 종교인들은 경외감을 갖고 있어서 겸손하며, 독자적인 인간의 노선을 거부합니다.

오로지 신께 맡기는 것이지요.

최선을 다하지만 최종적으론 신께 의지합니다.

좋은 시간 되시기를 바랍니다.  

 

아이아스는 소포클레스의 현존하고 있는 비극 중에 가장 먼저 쓰여졌다고 전해진다.

텔라몬의 아들 아이아스는 죽은 아킬레우스의 무구가 자신의 차지가 될거로 기대하였는데,

그리스 장군들의 투표에 의해 오딧세우스의 차지가 되자

자신의 믿음에 심한 타격을 받는.

분에 못이긴 아이아스는 야밤에 그리스 장군들을 습격하여 몰살하려는 계획을 갖는다.

그러나 아테나 여신은 아이아스의 눈에 미망을 불어넣어

아이아스가 보기에 그리스 장군들이라고 여겼던 이들이

사실은 가축떼였는데도 불구하고, 아이아스는 그들을 도살시키기에 이른다.

제정신이 돌아온 아이아스는 자기가 저지른 만행을 보고 충격과 수치심을 금치 못하고 울부짖는다.

애첩 테크멧사를 뒤로 하고,

아이아스는 한적한 바닷가로 나와서 적장 헥토르에게 받은 장도의 손잡이 부분을 모래사장에 묻고,

자신은 스스로 칼날 위에 가슴을 뉘어 자살한다.

메넬라오스와 아가멤논은 아이아스의 만행을 듣고 괘씸해 그의 매장을 저지하나,

오딧세우스가 나서서 아이아스의 이복동생 테우크로스로 하여금 매장할 것을 설득하며 이행한다.

 

 

 

지오반니 드민, 아이아스, 아카데미 갤러리

 

 

소포클레스의 작품에서 아이아스의 캐릭터는

사회와 타협하기보다는 스스로의 결정에 거침이 없을 정도로 독립된 성품이다.

힘은 장사이고, 적들 앞에서 물러나거나 망설임이 없는

직진형 저돌적인 병사이다.

지오반니 드 민이 그린 <아이아스>는 그런 성품을 잘 나타낸 미남형 인물로 보인다.

그는 아킬레우스 뒤에서 제2 인자로 뛰어났으며,

아킬레우스가 죽었을 때

스스로 그의 시체를 들머쥐고 적진을 지나 막사로 온 인물이다.

그만큼 아킬레우스와의 우정과 친분, 그로인한 공명심이 남달랐다.

그런 만큼 아킬레우스 무구는 누구보다도 자신의 차지라고 생각하였으나,

결과는 오딧세우스에게 돌아갔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 그리스의 주요 병사들의 투표로 오딧세우스에게 돌아간 것이

아이아스는 오히려 그리스 병사들의 만행으로 느꼈다.

지오반니 드 민의 그림에서,

아이아스는 자신이 생각하여 품은 가슴을 스스로 에워싸고 있어서 자신에 대한 신뢰가 느껴진다.

그러나 자신이 도륙했다고 믿는 아가멤논, 메넬라오스, 오딧세우스가 사실은 가축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믿었던 가슴을 뾰족한 칼로 찔러 믿음을 파쇄한다.

 

 

엑스키아스, 앙포레에 나타난 아킬레우스와 아이아스가 장기를 두는 모습, BC 540~530

 

 

 

 

엑스키아스는 자기가 그린 도기화에 싸인을 많이 하여 아르카익 시대에 도기화가로 유명하.

위 앙포레는 흑색화이며, 바탕은 오렌지나 붉은색이 대부분이다. 앙포레는 포도주나 기름을 담았던 아르카익 도기이다. 그림 상에 무구를 한 채 왼쪽에 앉은 이가 아킬레우스이, 오른쪽이 아이아스이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엑스키아스는 두 사람의 입 모양에 의미를 두었는데,

아킬레우스는 4를 뜻하는 tesera, 아이아스는 셋을 뜻하는 tria 모양을 그려, 기판에 적어놓은 숫자를 부르고 있다.

전쟁 중에 휴식을 취할 때 두 사람이 장기를 놓는 그림을 통해서 그들 사이의 친분을 유추할 수 있다.

 

 

 

아킬레우스 시신을 옮기는 아이아스, 프랑스와 화병, BC 565, 이태리 예술박물관

 

 

 

위의 그림은 트로이 전쟁에서 죽은 아킬레우스의 시신을 운구하는 아이아스의 모습이다.

앞에서 본 <장기를 두는 그림>과 더불어 두 영웅 간의 친교를 말해주는 그림이다.

킬레우스가 파리스의 화살을 발뒤꿈치에 맞고 쓰러졌을 때

아이아스 옆에는 오딧세우스도 있었다.

그러나 아이아스가 아킬레우스의 마지막을 운구했다는 것은

오딧세우스 보다 그 이상의 우정을 느끼게 해주는 자료이다.

그림의 형식을 보면,

아이아스는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왼쪽 무릎을 세운채 왼쪽 어깨에 아킬레우스를 짊어지고 있다.

아킬레우스 머리는 지상을 향해 숙였으며,

아이아스의 왼손은 아킬레우스의 상체에, 오른손은 아킬레우스의 두 다리를 감싸고 있다.

 

아래 그림은 한밤에 아이아스가 무장을 하고, 예리한 눈으로 대상을 판별하는 모습이다.

포클레스의 드라마에선 오딧세우스와 아테나 여신의 대화를 통해서

아이아스가 동물들을 도륙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그전에 오딧세우스는, 방패를 들고 적진을 향해 맹 도륙하였던 병사를, 추적하고 있었다.

야밤에 웬 병사가 도륙하였던 대상은 다름 아닌 그리스 병사들이 약탈해온 가축떼와 가축들을 돌보는 사람들이라는

기별을 듣고, 금시초문인 그 병사를 쫓아왔던 것이다.

그런데 그는 다름 아닌 아이아스라는 기별이 왔다.

다름 아닌 아이아스가 피투성이가 된 칼을 들고 혼자 들판을 가로질러 뛰어가는 것을 정찰병이 알려주었기 때문에

그의 막사 앞에서 염탐하기 위하여 오딧세우스가 잠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피에트로 베키아, 아이아스, 1650, 보르도 미술관

 

호머러스 신화에선 아이아스가 힘과 용기를 지닌 사람이라고 한다면,

오딧세우스는 대화를 통한 설득력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 대비가 소포클레스의 드라마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편, 영문을 모른채 잠복하던 오딧세우스는 자신에게 늘 등대가 되었던 아테나 여신에게 공손히 내막을 듣게 된다.

즉 아테나는 제어할 줄 모르는 아이아스의 눈에 미망(迷妄)을 들이부어

치유할 길 없는 살육의 환희를 제지하였던 것이다.

광기에 휩싸인 아이아스는

아트레우스의 두 아들이라 생각한 뿔난 짐승들에게 달려들어 닥치는대로 등뼈를 도륙하며,

피의 난투를 벌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리저리 미쳐 날뛰며 도륙하는 일에 지쳐,

일부 살아있는 소들과 양떼들을 노끈으로 묶어 숙소로 몰고 갔다.

그리고 마치 살아있는 인간들인냥 기둥에 묶어 채찍질 하며, 쾌감을 느끼며 보복을 즐겼다.

등이 빨개지도록 고통을 주며 최대한 늦게 죽이려한 인물은 아이아스에게는 오딧세우스였다.

아테나가 보기에

어떤 일을 할 때 아이아스는 그 누구보다도 선견지명이 있으며 민첩하였다는 사실을 오딧세우스에게 확인시킨다.

그러나 오딧세우스는 비록 아이아스가 자신의 적이긴 하지만

그의 고통과 불행을 공감하는 예지력 있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즉 사악한 미망에 빠진 그의 운명을 자신의 운명과 동일하게 여기기도 한다.

오딧세우스는,

살아있는 우리 모두가 환영이나 실체없는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철학적 표현도 한다.

아테나는 오딧세우스에게 그런 통찰력을 지녔으니 신들에게 절대로 주제넘은 말을 내뱉지 말고,

체력과 재력에서 누군가를 능가한다 하여 우쭐대며 뻐기지 말 것을 충고한다.

무릇 인간사란 하루아침에 넘어질 수도 있고, 하루 아침에 다시 일어설 수도 있으니.....

하지만 신들은 신중한 자를 사랑하고, 사악한 자들은 싫어한다는 훈시를 한다.

이 극에서 궂이 오딧세우스와 아이아스를 비교하자면,

오딧세우스는 신들 앞에서 겸손하며 신들을 공경한 인물이고,

아이아스는 신들 앞에서도 자기 주관이 철저한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신들의 호의를 전혀 입지 않은 외로운 인물로 묘사되었다는 점이다.

 

 

 

아스무스 야곱 칼스텐, 에우리사켓스와 테크메사와 함께 있는 슬픈 아이아스, 흑연과 수채화, 1791.

 

 

 

위 작품은 야곱 칼스텐이 수채화 기법으로 그렸다.

가족과 함께 있으면서도 자기 세계에 빠져있는 아이아스는 자신이 행한 과오에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껴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창으로 얻은 아내 테크메사는 남편이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동물들에게 살육과 폭력을 폭발할 때의 기억 때문에

아이아스 못지않게 고통스럽다.

테크멧사로선 아이아스의 진의를 알지 못하고, 난생처음 겪는 일이기 때문에 그의 태도만 살핀다.

그러나 울부짓는 황소처럼 저음으로 신음하는 지아비의 소리를 듣고 있자니

테크멧사는 죽고 싶을 따름이다.

그는 무거운 불운에 짓눌려 식음도 전폐하고, 말없이 웅크리고 앉아있는,

테크멧사가 보기에 어떤 끔찍한 짓을 꾀하고 있음으로 보인다.

제우스의혈족으로 태어난 아이아스는 지금 이 순간도

교활하고 간계한 저 악당과 형제 왕들을 죽이고 싶다는 속내가 간절하다.

그러나 제우스의 따님이신 아테나가 자신을 고문하는, 도대체 어디로 도망할 수 있는가? 하소연한다.

그러다가도 자신의 유일한 빛인 어둠의 나라 하데스로 간다고 목을 놓아 지른다.

내 사냥은 정신 나간 짓이었으니까.

이젠 전군이 칼을 높이 빼들고, 내 목을 치러 몰려올 것이라고 상상한다.

 

 

 

앙리 세러, 아이아스, 1820, 릴 미술관

 

 

그런 중에도 적들 사이에 고아로 남겨진

아들 에우리사케스와 과부로 남겨질 테크메사를 걱정하는 애비와 지아비의 면모도 보인다.

아들의 수호자로 자신의 이복 동생 테우크로스를 언급하며,

일곱 겹가죽으로 만들어 뚫리지 않는 방패를 남긴다는 유언도 한다.

그리고 욕장과 해변의 풀밭을 찾아가 더러운 것들을 정화하여 여신의 가혹한 노여움을 달랜다고 읍조린다.

 

위의 그림 <아이아스>는 아테나 여신의 방해 공작으로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자신의 적군이라 여겼던 인물들을 죽이고서 깨어보니 뿔들이 있는 가축임을 깨달았을 때

오갈데 없는아이아스의 심정을 그린 그림이다.

그야말로 난 이제 어떡해야 하지라는 방황의 심정을 느끼게 하는 그림이다.

 

신들로부터 미움받고, 헬라스 군인들도 나를 싫어하고, 트로이 온 땅과 들판조차 나를 미워한다고 생각하는

아이아스는 아이가이온 해안을 건너 고향으로 돌아갈까?도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런 무훈도 받지 못하고 무슨 면목으로 아버지 텔라몬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인가?

아버지는 내게 이런 말씀을 하신적이 있지.

내 아들아, 너는 창으로 승리하되, 항상 신의 도움으로 승리하도록 하라

그때 난 호기있게 이렇게 답변을 하였지.

아버지 신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아무것도 아닌 자도 승리를 거둘 수 있지요.

그러나 저는 신들의 도움 없이도 그런 영광을 차지할 자신이 있어요.”

대화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신들에 대한 경외감이 없이 독자적으로 교만한 아이아스는 지금의 상황에서 자존감을 찾을 수 없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엑세키아스, 아티카 흑색상 앙포레, 텔레몬의 왕 아이아스의 자살, BC. 530.

 

 

 

아테나 여신이 아이아스을 격려하며 그분이 도륙하는 손을 적군쪽으로 향하라고 지시하자

여신이여 가서 다른 아르고스인들이나 도와드리세요.

내가 싸우는 곳에서 전열이 무너지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런 대구로 아이아스는 아테나에게 노여움을 샀던 것이다.

고심 끝에 아이아스는 고귀한 사람이라면 명예롭게 살거나 명예롭게 죽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위 도기화는 아이아스가, 헥토르가 죽으면서 건네준 대검을, 해안의 모래사장에 묻고있는 모습이다.

아마 칼끝이 위를 향하도록 손잡이를 모래사장에 묻고 있다.

아이아스가 칼 위로 훌쩍 넘으면 칼끝이 가슴을 결연히 찢고 말 것이다.

아이아스는 헥토르의 칼 위에 엎어진다.

그리고 자신의 주검을 테우크로스가 가장 먼저 발견하여 들어올릴 것을 제우스께 간청했다.

 

 

 

 

에투루리아 적색 도기화, 아이아스의 자살, BC. 400~350, 영국 미술관

 

 

아이아스는 만약 아킬레우스가 살아있어,

누군가 승리한 자에게 자신의 무구들을 손수 상으로 수여하게 되었다면,

어느 누구도 자기 대신 그 무구들을 거머쥐지 못할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헥토로의 칼에 죽어갈 자신을 생각하니, 적들에게 받은 선물은 선물이 아니라 해로운 것이라는 속담을 되뇌였다.

그리고 죽기 직전, 신들에게 복종하고, 아트레우스 두 아들들을 존중하는 미담을 알게되었다고 되뇌인다.

사실 아이아스가 동물들을 아트레우스의 두 아들과 오딧세우스로 착각하고 광기에 빠져 도륙한 그날,

막사에서 아이아스를 묶어두고 외출을 막았다면 아이아스는 죽지 못했을 운명이었다.

아테네 여신이 딱 하루 그날만 광기에 묶어두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실을 예언자 칼카스로부터 듣고, 이복동생 테우크로스는 아이아스의 막사에 달려왔으나,

이미 아이아스는 해변으로 나간 뒤였다.

맨 먼저 아이아스의 시신을 발견한 이는 아내 테크멧사이고, 다음은 테우크로스였다.

테우크로스는 헥토르의 칼에 죽은 아이아스를 보고,

헥토르는 이미 죽었지만 형님을 죽일 운명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헥토르는 죽어서 아이아스가 선물한 혁대에 묶여 끌려다니고,

아이아스는 헥토르가 선물로 준 칼에 의해 죽었다.

 

 

 

와인 컵, 남편의 사체에 옷을 덮어주는 테크멧사, 폴 게티 미술관

 

 

최종적으로 메넬라오스와 아가멤논은 아이아스의 시신을 매장하지 말고,

길가에 방치하라고 하지만 테우크로스는 그들의 명령에 불복종한다.

그러나 오딧세우스가 나타나 이들을 중재하는데,

아킬레우스의 무구를 수령하지 못하여 아트레우스의 두 아들과 오딧세우스 자신을 죽이려 했던 아이아스에 대해서

오딧세우스도 적의감은 있다.

그러나 과거 아이아스에게 가졌던 고결함이 현재의 경멸감을 이겼기 때문에

오딧세우스는 그를 매장하려는 테우크로스의 의견을 존중해준다.

 

메넬라오스는 존경심에다가 경외심을 가진 자라야 늘 안전하다는 것을

테우크로스에게 충고하는데,

이는 누차 언급하지만 아이아스가 신에 대한 경외심이 살짝 부족했을을 자각하는 문구이다.

 

한계가 있는 인간이 무한한 신에 대한 경외감과 두려움을 갖는다는 것은

평생 안전한 길이 열릴 수 있음으로 자각한다.